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책 리뷰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만한 책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나는 사실 첫 그림이 등장했을 때 호기심을 갖다가 점점 ‘이게 무슨 내용이지?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심오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에 나이에 따라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달라진다는 것이었는데, 책 모임을 하려고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내가 어렸을 때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긴 했다.
아름답고 슬프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어린 왕자 책에 대해 리뷰를 하려고 한다.


어린 왕자를 통해 느낀 점을 나는 세 분류로 정리했다.

  1. 저자 ‘나’를 통해

    내 그림을 보여주는 만나는 어른마다 ‘모자’가 아닌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설명해야 하는 힘겨운 일을 겪으며 여섯살 때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내 그림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이해하는 어린 왕자 만났지만, 상자를 꿰뚫고 그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르는 나도 어쩌면 어른들처럼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본다.

→ 어린 왕자에 나오는 첫 그림은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정말 그림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 내 아이가 그림을 보자마자 ‘뱀’이라고 말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어른들은 아이가 사귄 새로운 친구에 대해 물어볼 때 도무지 가장 중요한 건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숫자에만 관심이 있다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많이 등장하는데, 저자 자신도 결국 어린 왕자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나는 그것이 세상을 경험하며 잃어버린 나의 동심은 아닐까 저자와 비슷하게 생각해보았다.

  1. 어린 왕자와 꽃을 통해

    꽃의 가시에 대해 하찮게 말하는 아저씨(저자)에게 어린왕자는 화가 나서 꽃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발끈하며 말한다. 그랬던 어린 왕자가 다른 별들을 경험하며 꽃의 덧없음(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음)에 꽃을 자신의 별에 두고 온 것을 후회하고, 또 지구에서는 자신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5천 송이 중 흔한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뿐이라는 사실에 실망도 한다.
    그러나 여우를 만나게 되면서 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꽃이 어린 왕자를 길들인 존재라는 것이었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아무 의미가 없고 필요없는 세상에 흔한 어떤 것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서로 길들여지며 서로를 필요하게 되고, 그렇게 서로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되는 것. 어린 왕자에겐 그것이 바로 꽃이었던 것이다.

→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났지만 결국 자신의 진정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서로 길들여진 존재인 꽃은 정작 자신이 떠나온 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을 것 같다. 그대로 그 별에 머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로 ‘꽃과 함께 서로 길들여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결국 별을 떠나 여러 이상한 어른들과 여우를 만났기에 깨달음도 있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소중한 사람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같다. 그리고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관계를 맺지 않으면 흔한 5천 송이 장미꽃 중 하나가 되지만, 그 장미꽃이 나와 관계를 맺었을 때 그 꽃 하나만으로 5천송이와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내 장미꽃이기 때문에.)
그 관계를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그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연을 맺는다는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
나또한 급박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나의 소유)이 중요해지고 숫자에만 관심 있는 찌들어가는 어른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여기서 또다른 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소환해본다.)
“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사랑하는 것.”
눈에 보이는 것들만이 성공이 아니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1. 여우가 아닌 뱀이라는 선택을 통해

    뱀이 어린왕자에게,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외롭지.”
    “누구든지 내가 건드리기만 하면 자기가 어난 땅으로 되돌아가지.”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라는 말을 한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 하지만 결국 뱀에게 물려 자신의 무거운 몸뚱이는 버려두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 이 대목에서의 해석이 다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뱀에게 자신의 육체를 내어주고 영혼은 꽃이 있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 영원히 살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나는 뱀의 말은 유혹의 말이고 여우의 말은 지혜의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세상을 경험한 어린 왕자가 더이상 별들을 여행 할 의미를 잃어버리고 내린 극단적 선택이라고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이것은 해피엔딩일까, 세드엔딩일까.
개인적으로는 생명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살아가려는 의지도 매우 숭고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미에 대한 책임 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한 책임도 내 몫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어린 왕자의 선택은 나에겐 세드엔딩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며 아직도 어린 왕자가 저 별 어딘가에 살고 있고, 양이 꽃을 먹지 않도록 감시하며 꽃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 믿고 싶다. 세상을 경험하며 어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어린 나. 나의 동심, 어린 왕자. 그 왕자가 죽었다고 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군가 어린 왕자의 결말을 물어본다면 엔딩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하겠다.